솔직한 이야기/내 이야기

미키(쥐 아님)를 생각하며

제이 스치는 바람에 2021. 1.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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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에 들어온 지도 언 6개월이 넘어간다. 한국에 돌아와서 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고 시간은 흐르지만 나는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하다. 연말연시에 내가 솔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옆에 미키가 없기 때문이다. 미키(ミキ)는 나의 전 여자친구이자 일본인이다. 단순히 전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찌질한 남자의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나의 아름다운 기억이자, 잊지 못할 사랑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내가 한국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설명해야할 것 같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나는 말레이시아의 BPO회사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미키는 그 회사 일본팀의 동료였다. 그러나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콘도(주거의 형태를 말한다)의 로비에서였다. 아이폰 무선이어폰을 꽂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던 모습이 그녀를 처음 만난 기억이었다. 영상 편집을 한 것처럼 그녀를 바라본 장면은 샤랄라하는 음악이 나오면서 광채가 나는 모습이었다. 당시 나는 친구와 외출을 하는 상황이라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첫눈에 반한 후 나의 상사병은 깊어가기만 했다. 다만 그 콘도에 사는 일본인이라면 거의 95%의 확률로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닐 확률이 높았다. 그 주변에 일본인이 다닐만한 회사는 내가 다니던 회사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면서,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며 한 2주가 흘렀다. 정말 우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역 안에서 만났다. 그녀는 동료와 이야기 중이었다. 다행히 그날 나의 비주얼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정도라서 용기 내어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용기 내어 말을 걸었고, 그 행동이 무안하지 않게 그녀는 호의적인 반응을 해주었다. 그렇게 집까지 돌아가는데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탑승한 후 층수를 누르는데 같은 층수를 누르는 것이었다. 오마이갓. 그때 생각했다. 이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층의 살고 있었고 내 방의 옆집의 옆집에 살고 있던 것이다.

 

이후 가까워져서 내 집에서 소소하게 한식을 해먹는 경우에 동료들과 함께 자주 모이게 되었다. 좀더 친해졌을 때는 둘이 따로 식사를 할 만큼 돈독해졌다.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서 주체할 수 없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30년 평생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외국에 나와서 미키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해주기 위해 요리를 유튜브에서 배우고 공부했다. 나중에 사귀고 나서 들은 이야기지만 미키와 잘 될 수 있던 것도 내가 요리를 해주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렇게 그녀를 향한 마음이 커져 가는 와중에 한국에서 한 통의 연락이 왔다.

 

그 연락의 내용은 바로 대학병원에서의 스카우트 제의였다. 정확히는 채용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정작 그 연락을 받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며칠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지만 그녀와의 미래를 혼자 꿈꾸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러한 직장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희박하다는 것을 알기에 기쁘면서 슬픈 감정이 공존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을. 코로나 이슈가 있고 그 때문에 비행기 예약도 난항을 겪고 있으니 2달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다.

 

나에게 주어진 2달의 시간,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미키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한다. 앞으로 어떤 삶이 펼져질지는 몰라도, 내 마음을 숨기는 것은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는 그녀를 집으로 초대하고 스테이크와 파스타 그리고 샐러드 이렇게 양식 세트를 만들어 와인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소 어설픈 일본어 실력으로 쓴 손편지와 함께 내 마음을 고백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이러한 반응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다.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꿈만 같았다. 그 꿈은 깨지 않고 내 눈 앞에서 계속 되었다.

 

그녀와 거의 24시간 함께 지내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가 않았고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최대한 함께 있으려고 노력했다. 이미 내가 한국에 돌아가는 것을 알고 시작한 만큼 애틋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한일커플의 유튜브를 보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꿈꾸기도 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는 서로 간의 사랑의 온도와 속도가 달라서 다투는 일이 잦아 져서 결국에는 헤어지고 말았다. 안 좋게 헤어진 것은 아니라서 언젠가는 시절이 좋아져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날이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일이 있거나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문득 외로움이 찾아올 때에는 아직도 나는 그녀(미키)생각이 많이 난다. 나를 온전히 사랑해 주었고, 나 또한 온전히 사랑했던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추억한다. 너무 사랑했지만 그 결말이 늘 해피엔드로 끝나지 않음을 알았다.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글을 줄인다. 안녕,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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