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이야기/연애,결혼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내 두 번째 일본인 여자친구 이야기(연애o 결혼x)

제이 스치는 바람에 2023. 8. 2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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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앞서 첫번째 일본 여자친구 이야기를 보고 오신분들은 암보험을 미리 들었는지 모르겠다. 암 유발하는 글을 적어서 미안하다. 그런데 일단 내가 건강함에 감사를 느낀다. 암 유발녀를 만나고도 아직 암이 발생도 재발도 안했다. 다행이다. 생명은 소듕해♥

본 글과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



전편 : 첫번째 일본인 여자친구(암유발 스토리)

 

저번에 박살내 주었던 갓스시녀에 대한 환상을 이제는 다시 만들어주겠다. 몇 편으로 나누어서 했던 이야기를 한번에 묶어서 특집으로 이야기해본다. 지난번 암 메이카 A ZZang의 이야기가 꽤나 인기가 있었다. 극강으로 치닫는 나의 감정과 그녀의 막돼먹음에 독자들의 분노가 광화문을 가득채운 듯했다(과장요법).

1.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살던 콘도의 로비였다. 당시 나의 마음은 사막화 흑화된 상태였다. 그 원인은 암 메이커(Cancer maker) 바로 전 여친(첫번째 일본여친)과의 연애로 나의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상태로 사막을 헤매는 상태와 같았다. 그런데, 사막 한 가운데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무지개가 있는 오아시스를 보았다. 이것이 내가 모카찡을 본 첫인상이다. 그녀에게는 광채가 났다. 그녀의 얼굴아니 그녀의 머리카락 한올부터 발가락 끝가지 광채가 났다. 나는 빠졌다. 사랑을(Fall in love). 너덜너덜해졌던 나의 마음은 그때 한 50%치유되었다(참 치유가 빠르다, 건강한 놈). 그래도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움직일 힘은 없었다. 정신은 그녀에게 홀릭이 되었고, 친구와의 약속으로 그녀만을 바라보면서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그렇게 그날은 그녀를 보냈다. 

신은 죽지 않았다. 나의 손을 들어주셨다. 그녀를 그렇게 그리워하면서 언젠가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 시절 그렇게 2주가 지났다. 나는 퇴근하고 우연히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녀를 만난다. 그녀와 그녀의 동료가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에서부터 나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일생일대의 찬스가 왔다. 아마도 집을 가는 것 같다. 이미 우리의 집은 같은 아파트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한 10번은 망설이고, 이 기회를 놓치면 진짜 병신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내어 모카찡에게 말을 걸어본다. 

すみません。同じ会社の職員じゃないですか?

(죄송합니다만, 혹시 같은 회사에 우리가 다니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모카찡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휴게실에서 일본어로 나대고 있는 것을 몇번 본 듯했다. 역시 인싸는 숨길 수가 없네. 일본말도 하고 한국말도 해서 어떤 나라 사람인지 궁금했다고 했다. 용기내어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내가 말 건 것이 무색하지 않게 내 이야기를 잘 받아주었다. 내피셜인데 이쁜사람은 착하다. 응, 대부분 그렇다. 이 대목에서 화를 낸다면→성격이 안좋다→뭐 안말해도 알겠지???ㅋㅋㅋㅋ죄송.

그렇게 집까지는 10분만에 2정거장이면 간다. 역에서 모카찡의 동료는 장을 보러 갔고, 나와 그녀는 콘도로 돌아간다. 같은 동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순간 엘리베이터에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바로 운명이 번개처럼 나에게 찾아왔다. 우리는 동시에 같은 층 36층을 눌렀다. 우리는 같은 층에 살고 있던 것이다. A~D동 중에 우연히 C동에 그것도 42층까지 있는 층수중에 36층에 함께 살고 있었고, 나와 그녀는 방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운명이다. 이건 운명이다. 큐피드의 화살이 나를 쐈고, 운명의 여신이 나와 그녀의 실을 연결해 준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뚜렸해졌다. 그녀와의 미래는 좀더 뚜렷해지는 것을 느꼈다(나혼자). 그녀와 같은 층에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사실 밖에서 약속이 있었지만, 그녀와 좀더 있기 위해 일부러 약속에 늦고 그녀와 함께 36층까지 들어왔다. 서둘러 약속에 참가했다.

2.

그때까지도 나는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살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만난 적이 없었다. 사실 다시는 일본인을 만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일본인이라서 좋았던 것이 아니다. 그냥 그녀였기 때문에, 그저 모카찡이기였기 때문에 나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금사빠라고 해도 좋다. 스포일러지만 나는 그녀를 정말 사랑했다. 여태까지 어떤 연애보다 온전히 사랑했고, 또한 사랑을 받았다. 

너무나 소중했다.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닌 옆옆집의 이웃이었지만, 그녀는 나에게 너무 소중했다. 불면 날아갈까 잡으면 부서질까 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전화번호 물어보기도 못했다. 왠지 가벼운(軽い) 이미지가 생길까 두려웠다. 그녀에게 괜찮은(立派な) 남자의 이미지이고 싶었다. 그래도 그녀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서 나는 돌아가는 길로 그녀의 동료에게 연락처를 물었다. 그런데 그 물어보고 얼마 안되어 그녀가 나에게 와서 연락처를 물었다. 이건 뭐 운명의 여신과 승리의 여신이 완전히 내 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씬(Scene)이 아닌가.

내가 한국요리를 만들어서 대접하기로 하고, 조망간 4인(나와 모카찡, 모카찡의 동료, 내 친구)이렇게 모여서 함께 식사를 내 집에서 하기로 한다. 그리고 모두가 오케이했다. 아니나다를까, 내 집에 찾아온 모카는 아름다웠다. 예뻤다. 너무 뻔하게 예쁘다. 여전히 광채가 났다. 눈이 컸다. 그리고 피부가 하얀 사람이었다. 천사가 날개를 잃으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심장이 떨려서 나는 사실 많은 이야기를 못하고 음식만 만들었다. 내가 만든 허접한 음식도 기뻐해주고 고마워해줬다. 스포일러지만 후에 내가 요리를 하는 것이 아주 큰 점수를 땄다고 한다.

그렇게 가까워진 모카찡과 내 친구 나츠미는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만나서 함께 논다. 가까워진다. 그러다가 나는 모카찡과 단둘이 만나는 일이 많아졌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되는 같은 층에 살고, 취미나 개그코드가 잘 맞아서 늦은 시간에 불러도 모카찡은 나를 어려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아서 좋았다. 생얼에 편하게 입은 옷으로 우리집에 들렸을 때에도 그 인간적인 모습에 역시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노리코 상과 나츠미는 나를 응원하면서도 나츠미는 그녀를 좋아하는 나를 조금 견제하는 듯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츠미가 나를 좋아하는 느낌이 있다는 모카찡의 말이 나중에는 맘에 걸렸다(이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추신으로 하겠다).

그렇게 모카찡이 나의 집에 올 때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제대로 말을 못했다. 특히 외모에 힘을 준 날은 크헉, 정말 연예인과 함께 있다는 생각으로 나는 설레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루는 그녀를 초대해서 그녀에게 파스타, 샐러드, 스테이크 그리고 와인 이렇게 양식 세트를 만들어 주었다. 소고기의 핏물을 너무 빼서 육즙이 거덜난 스테이크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참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다. 고기를 굽다가 창문을 열어놨는데, 데코레이션인 유리병이 떨어져 융 카펫에 떨어졌다. 한참을 치웠다. 약속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그녀를 맞을 준비를 하는 데에 차질이 계속 생겼다. 우리의 삶은 이런 것 같다.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유리 파편을 치우고, 고기를 굽고, 겨우 구색을 맞추었다. 그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단둘이 식사에서도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 한국에서 일생일대의 나의 삶을 바꿀 연락이 온다. 바로 한국에서 스카우트 제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은 정했다. 그런데 정작 모카찡(당시 아무관계도 아님)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심한 우울감에 빠진다. 일과 사랑 중에 중요한 것은 일이라고 노리코 상이 말했다. 사랑은 언제든 쟁취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니다. 사랑도 때가 있다. 친구들은 모두 축하해주었다. 모카찡 빼고, 모카찡은 아쉽다면서 나에게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행은 정했다. 그리고 2달의 유예를 얻었다. 고민을 조금 하고 그래도 모카찡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에는 내가 떠나기 전에 내 마음은 확실히 전하기로 한다. 그냥 묻어도 되지만, 그것을 말한다고 해서 누구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죄도 아니고, 그녀는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녀 맘을 찢어 놓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그녀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져갔고, 하루는 새벽에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보다가 잘못 눌러서 통화를 눌러버렸다. 내 휴대폰 최신식인데 이럴때는 갑자기 먹통이 된다. 젠장. 그녀는 잠이 깼고, 나는 당황해서 전화를 끊다. 미안하다고 보내고, 이불을 3만번 킥한다. 이쯤에서 들켰다고 생각했다. 그김에 그냥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한다. 마트에서 편지지를 산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을 예전에 구 여친들이 내 편지를 보고 울 때 진작 알았더라면 좀더 일찍 등단하는 것인데, 후회가 몰려온다. 여튼 한 자 한 자 그녀에 대한 마음을 소중하게 적는다. 문법이 헷갈리는 것은 번역기도 사용해본다. 그리고 티비 한켠에 넣어둔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의 휴일날 나는 그녀를 같이 놀자면서 연락한다. 고백의 그날이다. 

 

3.

그녀가 뻔하게 예쁜 모습으로 내 방을 찾아온다. 그녀를 반긴다. 내가 만든 요리로 점심을 대접한다. 세지 않은 술로 서로의 긴장을 푼다. 막상 그녀에게 고백하려고 하니 입이 떼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10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넷플릭스도 보고 궁금했던 일본어 문법도 물어보면서 10시간이 지났다. 낮에 왔지만 벌써 밤이 되었고 그 나라의 야경이 우리를 감싸는 듯 했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의 고백을 부추기는 듯한 분위기를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티비 근처에 숨겨두었던 편지를 그녀에게 전했다. 이게 뭐냐면서 놀라는 그녀에게 그냥 읽어보라고 말했다.

​심장이 떨렸다. 심장이 터져서 사방이 피칠갑이 되는 상상을 했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줄, 그녀의 눈가에 찰랑찰랑 물이 차오른다. 나는 당황했다. 이 편지가 그렇게 감동이었을까? 사실 차일 줄 알았는데, 이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그녀가 기뻐한다. 나도 당황스럽지만 기쁘다. 그녀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쁘다. 그럼 우리?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첫번째 여친처럼 나에게 인수합병의 대사는 하지 않아서 좋았다. 

最初から一目ぼれしてすごく危なかったな。

(처음 봤을 때부터 첫 눈에 반해서 큰일 났었어.)

그녀는 나의 고백을 기쁘게 받아주었다.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 그녀는 물었다. 나는 그녀와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가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그녀와 일분일초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일분일초는 그녀와 최대한 가까이 있고 싶었다. 그녀는 흔쾌히 Yes를 말했고,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는 그때 생각하자고 말하면서 그날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당시 한 새벽 2시 정도였는데, 그녀를 그녀의 방으로 보내고 나는 설레서 한숨도 자지 못한다. 

다음날 그녀는 메이컵을 이쁘게 하고 다시 내 방으로 찾아온다. 나는 말했다. 이것은 꿈이라고, 확실히 꿈이라고 말했다. "모카찡이 내 여자친구라니 이것은 꿈이야"라고 말하니, 모카찡은 "이건 꿈이 아니야. 여봐 여기 내가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녀의 향기가 아직 나에게 남아있었다. 기뻤다. 행복했다. 흘러가는 시간을 온몸으로 막고 싶을 만큼 나는 행복하고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그렇게 꿈만 같은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침과 점심을 만들고 모카찡은 저녁을 만들었다. 코로나 덕분에 함께 나갈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장보러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에게 만들어주는 아침은 특별한 것이 없는 토스트였다. 그러나 그녀가 먹는 것이기에 대충만들지 않았다. 건강과 맛을 다잡은 음식이었다. 짜파게티에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은 정말 짜장라면을 해주는 것도 좋아했다. 그녀가 만들어주는 음식은 너무 맛있었다. 그녀가 만들어주는 저녁은 최소 150분이 걸렸다. 길게는 3시간도 걸렸다. 아침과 점심을 혼자 만들었으면 저녁은 좀 쉬게 해줄만도 한데, 꼭 마늘까기 등 시다바리를 시킨다....이렇게 고생해서 저녁을 만들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물론 모카의 음식 실력은 뛰어나다;;;;). 그리고 이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녹초가 된다. 그리고 잠시 누우면 잠든다. 다음날 아침이 밝는다. 아침을 만든다->반복된다.

그러나 그 행복한 순간에서도 갈등이 1도 없었다고 하면 이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모카찡은 합리적인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다. 현명한 사람이다. 그러나 때로는 조금 엄격할 때가 있다(厳しい時がある). 남에게 피해주는 것이나, 노인이나 아이들을 배려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민감하다. 꼭 그리고 같이 밖에서 데이트를 하거나 외식을 하는 날이면 싸우게 되어서 돌아오는 길에는 모카찡은 나에게 앞으로 이럴 것이라면 헤어지는 것이 낫겠다면서 고정멘트를 한다. 외국인과 한국인과의 극명한 차이는 나는 여기서 느꼈다. 한국사람은 사람의 관계나 기존의 있는 것들을 바꾸는 것을 조금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헤어진다거나 이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불문율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은 아닌 것 같다.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한데, 이렇게 쉽게 그녀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나는 조금 안 맞는 것이 있더라도 함께 헤처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녀를 좀더 이해해주고, 사랑해줄 자신이 있는데 헤어지자고 말하면 나는 무엇이 되는가? 문화적 차이를 느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내가 한국에 온뒤 계속 되었을 때에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뭐 이건 곧 나오는 이야기이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라. 그렇게 그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은 엄청나게 재밌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터져나왔다. 한국에 돌아갈 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나는 보통 2주면 마음이 식는 초절정 금방 사랑에 빠져나오는 '금사빠'이다(아닐 때도 있다). 그런데 그녀와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좋았다. 예전에 그 암 세포 메이커(첫 번째 여자친구)와 살 때에는 1분 1초도 함께 있는 것이 숨이 막혔지만, 모카찡과는 지옥에서라도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너무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았고, 사리분별이 명확한 사람이었다. 여태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현명하고 예쁘고 요리를 잘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나는 그녀 때문에 행복했다. 내가 온 힘을 다해서 사랑했고, 나 또한 온전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출국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는 자꾸 자기 방에 가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슨 일인가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나도 맘이 심란해서 별로 티내지 않았다. 하루는 그녀가 일이 끝난 나를 자기 방으로 조용히 부른다. 

4.

그녀의 방에 가니 방은 꾸며져 있고, 갑자기 친구들이 몰려와 폭죽을 터트리며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었다. 벙쪘다. 생전 처음 맞은 파티였다. 나는 심지어 여태까지 생일파티를 맞아본 적도 없다. 이 낯선 나라에서 낯선 이들이 나의 짧은 외국생활을 축하해주기 위해 서프라이즈 송별 파티를 계획해준 것이다. 내가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녀는 나를 대신에 파티를 준비하고 참가해준 이들을 위해 답례품을 준비하고 포장해서 포스팃을 부쳐서 선물해 주었다. 그것을 보고 미에 상은 "진 상, 세상에 이런 여자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못 봐요. 그녀와 나츠미가 준비한 송별 파티는 대성공이다. 내가 너무 기뻤으니까.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그렇게 출국날짜가 다가온다. 내 방을 비우고 그녀의 방에서 하루 신세지기로 한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슬픔이 밀려온다. 살면서 그렇게 슬펐던 순간이 있었을까? 나에게 울보(泣き虫)라고 말했다. 울보라도 상관없다. 그렇게 나의 출국날이 밝았다. 그렇게 출국날 공항으로 가는데 모카찡과 나츠미가 동행했다. 그들은 공항 언저리에서 나와 함께 내 출국을 기다렸다. 공항경찰의 배려로 겨우 구석에 같이 있을 수 있었다. 간신히 예약한 대한항공 비싼 티켓을 구해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별의 순간에서 모카와 나츠미에 석별의 정을 나눈다. 나는 울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집에 도착해서 둘이 펑펑울었다고 한다. 나도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앞으로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 모든 것이 물음표였다. 나의 사랑, 나의 친구들도 타국에 있고, 언제 만날 수 있을지도 전혀 기약이 없다. 마음에 어둠이 가득찼다.

집으로 돌아왔고, 자가격리 2주가 시작되었다. 그녀와 종종 연락했지만,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좋은데, 이렇게 원거리로 연락하는 것이 답답했다. 그래서 그렇게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면서 아주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그런데 여전치 모카찡은 나를 엄격한 잣대로 들이댔다. 입장의 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녀와 결혼을 하고 싶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한국으로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이것은 내 욕심이다. 그녀는 한국을 좋아하지만, 여기서 나와 함께 사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해야 했던 문제인데, 나 혼자 모든 것을 정하고 추진하니 이것이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미안한 마음이 지금도 든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싸우기만 하니 서로 지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절대 내 입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단어가 나왔다. 헤어지자는 말을 내 입으로 내뱉었다. 모카는 아직 그럴 맘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더이상 그 사랑을 이어갈 힘이 없었다. 마음 속에는 훗날 이 시국이 끝나면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국은 지금 1년을 넘어 2년째로 향해 가고 있고, 헤어진 후 우리의 마음은 서서히 식고 있었다. 나는 작년 말까지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따듯함을 잊지 못하고 그녀와 함께한 추억이 문득문득 내가 느끼는 무료함과 지루함 사이로 침투할 때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느꼈다. 그래서 생일 선물도 보내고 친구에게 부탁하여 꽃과 화장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않으련다. 이젠 그녀를 보내줘야지. 구남친의 집착도 이제는 추할 수 있으리라. 그녀와의 이야기가 주로 적혀있는 내 블로그에서 모카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허락을 얻기 위해 최근에 통화를 했다. 여전히 그녀와의 대화는 재밌었다. 개그코드는 확실히 통한다. 자신의 이름을 쓰게 해줄테니, 캐라(개런티)로 100만엔(1천만원)을 내놓으란다. 나는 맛난거 사주겠다면서 퉁쳤다. 

이제는 그저 친구로 바뀐 나는 그녀에게 아직도 감사하고 있다. 일생을 살면서 내가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를 만나고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나를 버려도 좋을만큼 좋아했던 상대를 만나서 나는 너무 행복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나에게 이런 행복을 주는 것인지 모르고 살았던 나도 불쌍했지만, 그 감정을 몰랐다면 나는 얼마나 그 불쌍한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갔을 것인지.... 그녀를 이제는 보내줘야 할 것 같다. 이미 연초에 보내주었지만, 다시 인사를 한다. 



안녕. 모카짱. 고마웠어!(ありがとう).



PS : 나츠미가 나와 절친이었지만, 모카는 나츠미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느꼈다. 여자의 감(感)이라 무시할 수는 없다. 뭐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누가 나 좋아하는 거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닌데, 특히 일본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인기가 많았다(자랑 아니고 팩투팩투임, But 증명불가 ㅋㅋ). 그런데 그 나츠미라는 친구와는 한국와서 많이 싸웠다. 모카랑 사귀기 전에도 모카에 대해서 흉을 많이 봐서 조금 그랬는데, 요즘은 세계각국의 남자들을 어플로 만나면서 그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모카로부터 들어서 역시 내 친구는 클라스가 다르구나 생각했다. 나츠미, 너도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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